서브스턴스, 보다 나은 나를 원하는가!

2025. 3. 11. 20:18영화리뷰/1.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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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 정보

개봉일 : 2024년 12월 11일  (대한민국)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현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국가 : 영국

 
- 소름 돋을 정도로 사실적인 여성들의 상실감에 대한 영화
- 데뷔 45년 만에 여우주연상 받을 만했던 데미 무어의 연기력
- 잔인하기보단 서글픈 감정이 먼저 다가왔던 영화
- 감독의 풍자적 시선이 통쾌함을 주는 영화
- 더 나은 나는 무엇인가 대한 끊임없는 물음
- 감각적인 색감과 화면 구성이 눈을 즐겁게 만드는 영화
 
 


2.줄거리

한때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핸드프린팅까지 남겼던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그러나 이제는 파란색 에어로빅복을 입고 TV 에어로빅 쇼의 진행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나이를 피해 갈 수 없었고, 결국 ‘더 이상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프로듀서 하비의 뒷담화와 함께 강제로 은퇴하게 됩니다.
수년간 쌓아온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설상가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까지 당합니다. 생일날 벌어진 일련의 불운 속에서 우울함에 빠진 그녀 앞에 매력적인 남자 간호사가 나타나고,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넵니다.
그를 통해 ‘서브스탠스’라는 수상한 약물의 존재를 알게 된 엘리자베스. 처음엔 의심했지만, 단 한 번의 주사로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결국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등에서 또 다른 자신, ‘수’가 태어납니다. 그렇게 엘리자베스와 수의 7일간의 기묘한 삶이 시작됩니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2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외 독립영화가 국내 극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덕분에 20만 관객 기념 특별 상영이 추가되었고, 늦게나마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데미 무어의 파격적인 변신과 다소 잔혹하거나 역겨울 수 있는 표현 수위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사전 정보로 들었던 것은 그저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는 파란색 미스코리아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에어로빅복을 입고 TV쇼 진행합니다. 그녀의 일상은 끊임없이 외모와 나이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곳이 었고, 특히 프로듀서 하비의 언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불쾌한 골짜기를 연상시키는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을 통해, 단순한 공포나 충격을 넘어 ‘이건 심상치 않은 영화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줍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수’가 등장하는 순간은 감탄이 나올 만큼 놀랍고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배가 아닌 등을 뚫고 태어난 수는, 기존의 출산 개념과는 전혀 다른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만약 수가 배에서 나왔다면, 이야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의 시선이 변화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어로빅 쇼에서 엘리자베스를 비추던 불편했던 시선이, 수의 탄생 과정에서는 보다 중립적으로 바뀌었죠. 이를 통해, 같은 대상이라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가 찬란할수록, 엘리자베스는 점점 빛을 잃어갔습니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었지만, 수가 ‘일주일’을 빌려가는 동안, 마치 엘리자베스라는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의 욕망이 불러온 부작용이 표면화되었을 때, 마치 방아쇠가 당겨진 듯 엘리자베스 역시 점점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느 순간 엘리자베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고, 거울 앞에서 입술을 뜯을 기세로 메이크업을 지우는 그녀의 모습이 기괴하기보다는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무도 그녀의 부재를 궁금해하지 않았고, 연락이 끊겨도 찾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더 깊은 외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심지어 그녀에게 “너는 충분히 아름다워”라고 말해줄 친구조차 없다는 점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 일주일간의 삶의 공유는, 결국 수의 욕망으로 인해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욕망의 절정에서, 수는 엘리자베스를 제거하려 합니다. 이들이 벌이는 처절한 사투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한 투쟁처럼 보였습니다. 치열한 싸움의 결과는 수의 승리였지만, 그녀는 숙주를 잃어버려서 본인에게서 또 다른 보다 나은 나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하고 기개함의 끝을 보여줍니다. 사람 같지 않은 존재로 변해버린 그녀는 그래도 욕망의 절정으로 걸어갑니다. 그렇게 최종의 파국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법한, 혹은 당연하게 여겼던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적인 소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더 젊고, 더 아름다운’ 것을 좇으며, 그것이 곧 가치라고 믿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영화는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지며,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자전적 이야기와 겹쳐보이고 인물그차체로 보였던 데미무어의 혼신의 연기와 등장만으로 수긍이되는 매력과 시종일간 도발적인 마가렛 퀄리의 연기 앙상블이 끝까지 긴장감을 가져가면서 더욱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강렬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영상과 소리의 연출 또한 감각적이었습니다. 화면 구성과 과감한 클로즈업 장면들은 감독이 직접 밝힌 것처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을 떠오르게 했고, 마지막의 피칠갑 장면에서는 영화 "캐리"가 떠올랐습니다.
50대를 맞이한 여성 감독이 만들어준 실랄한 영화는 저에게도 계속 꼽씹어 보며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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